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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대형 블록버스터 창출 위한 정부 조성 펀드 바이오 투자모델 고도화 제안

  • 최고관리자
  • 등록일 : 26-04-14 16:01
  • 조회수 :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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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기 회수형 블록버스터 발굴 트랙 신설이 필요하다

우리나라가 진정으로 '바이오 강국'을 지향한다면, 이제는 냉정하게 한 가지를 돌아보아야 한다. 과연 지금의 정책금융과 정책지원 체계가 진짜 블록버스터의 씨앗을 제대로 보고 있는가 하는 점이다.

현재 바이오 분야의 정책지원과 정책금융은 구조적으로 다음과 같은 자산에 기울기 쉽다. 작용기전이 이미 널리 인정받은 자산, 성공확률이 높아 보이는 베스트 인 클래스(Best-in-class) 자산, 그리고 임상 3상 또는 허가에 가까운 후기 단계 자산이 그 대상이다. 

이러한 자산들은 평가하기가 비교적 쉽고, 설명하기도 편하며, 단기적으로는 '안전한 선택'처럼 보인다. 그러나 정부가 최근 반복해서 강조하고 있는 '블록버스터 창출'이라는 목표까지 생각하면, 이러한 접근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진정한 퍼스트 인 클래스(first-in-class) 혁신신약, 특히 초기에는 학계와 시장이 낯설게 보는 자산은 제도권 지원에서 오히려 소외되기 쉽다. 

국민성장펀드도 산업은행 사무국, 전략위원회, 투자심의위원회, 기금운용심의회 등 거버넌스를 통해 운용되는 구조로 제시돼 있다. 금융위원회는 국민성장펀드를 첨단전략산업 전반에 대한 종합 금융지원 프로그램으로 설명하면서, 직접지분투자와 프로젝트 펀드 등을 포함한 대규모 집중투자 방식을 도입하되, 개별 운용방안은 별도 심의와 협의를 거쳐 확정한다고 밝혔다.

이는 정부가 직접 투자자를 자처하는 구조가 아니라, 어떤 자산을 어떤 기준으로 포착하고 연결할 것인가를 정교하게 설계하는 구조에 가깝다. 

문제는 바로 이 지점이다. 정말 큰 시장을 여는 first-in-class 혁신신약은 초기에는 오히려 이해받기 어렵다. 

익숙한 기전이 아니고, 기존 약물군과 단순 비교가 어렵고, 비임상 데이터만으로는 그 의미를 평가자와 투자자가 곧바로 체감하기 어렵다. 그 결과, 가장 큰 시장을 만들 가능성이 있는 자산이 가장 먼저 '검증이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고 제도권 밖으로 밀려나는 역설이 생긴다. 
 

초대형 블록버스터는 어디에서 나오는가

의약품의 역사를 돌아보면, 시장을 근본적으로 바꾼 약물들은 대개 환자 수가 많고, 기존 치료제가 본질적인 한계를 갖고 있으며, 질병 부담이 큰 영역에서 등장했다. 다시 말해 미충족 수요가 크고, 기존 접근으로는 해결되지 않던 문제를 새로운 작용기전으로 푼 자산이 거대한 시장을 만들었다. 

모든 first-in-class가 성공하는 것은 물론 아니다. 그러나 초대형 시장을 새로 여는 자산의 상당수는 first-in-class이거나, 적어도 기존 치료 패러다임을 바꾸는 수준의 강한 차별성을 입증한 자산이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그런데 우리 현실은 정반대다. 정부나 투자기관은 흔히 '불확실성이 큰 자산'보다 '예측 가능한 자산'을 선호한다. 이 자체를 비판할 수는 없다. 정책금융과 투자심의는 원래 위험을 관리해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블록버스터를 만들겠다고 하면서, 정작 블록버스터가 될 가능성이 가장 큰 낯선 초기 혁신자산은 외면한다면, 결국 남는 것은 '안전한 지원'이지 '게임 체인저 창출'이 아니다.
 

우수한 물질만으로는 초대형 블록버스터가 되지 않는다

여기에서 한 가지를 분명히 해야 한다. 아무리 물질이 우수해도 그것만으로 초대형 블록버스터가 되는 것은 아니다.

대형 글로벌 제약기업들은 좋은 물질을 확보한 뒤, 그 질환의 치료 필요성에 대한 학회 공감대를 형성하고, 주요 임상결과를 관련 학회의 핵심 이슈로 끌어올리며, 허가 이후에도 적응증 확장과 장기 데이터 축적을 통해 시장을 넓혀 간다. 

초대형 블록버스터는 단순한 개발 성공이 아니라 마케팅 전략을 수반한 정교한 임상개발, 학술 확산, 시장 접근, 글로벌 영업이 함께 작동할 때 비로소 만들어진다. 

바로 그래서, 우리나라 기업이 개발한 혁신신약이 글로벌 대형 제약사에 라이선스 되는 것을 '국부 유출'로 보는 시각은 재검토가 필요하다. 특히 환자 수가 많고, 대규모 후기 임상과 허가, 급여, 세계 학회 확산, 국가별 영업망 구축이 필요한 만성질환 블록버스터(blockbuster) 후보의 경우, 글로벌 제약사와의 제휴는 단순한 매각이 아니라 가치를 극대화하고 조기에 회수하는 전략적 수단이 될 수 있다.
 

"후기 자산이 더 안전하다"는 말은 맞지만 
"더 큰 수익을 준다"는 말은 다르다

최근 글로벌 제약사들은 여전히 전임상 또는 초기 단계 자산에 대해 대형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하고 있다. 이는 초기 자산이라도 임상적 잠재력과 전략적 적합성이 크면 큰 규모의 투자를 할 만한 가치가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우리 정부도 블록버스터 창출을 위해 이러한 자산에 투자하는 전략을 고려해야 한다 

정부나 투자 관계자들이 흔히 하는 생각이 있다. 빠르고 큰 실적 창출을 위해서는 임상 3상 진입 자산 같은 후기 단계 자산을 지원하는 것이 더 바람직하다는 판단이다. 그러나 이것은 절반만 맞는 말이다.

후기 단계 자산은 허가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높고, 리스크는 낮을 수 있다. 하지만 이미 많은 가치가 선반영돼 있어 upside는 제한적일 수 있다. 반대로 비임상 PoC(Proof of Concept)를 확보하고 IND(Investigational New Drug Application) 진입이 가능한 first-in-class 자산은 실패위험은 크지만, 임상 초기 PoC만 확보해도 가치가 급격히 상승할 수 있다. 즉, '안전성'과 '수익성'은 같은 말이 아니다. 

이 부분을 보다 직관적으로 보기 위해, 직접판매 모델과 글로벌 라이선스 모델을 비교하면 다음과 같이 정리할 수 있다. 아래 표의 숫자는 특정 회사의 실제 재무예측이 아니라, 업계 일반적 거래 구조(Deal Structure)를 적용한 예시 시나리오다. 


이 표가 말하고자 하는 핵심은 간단하다. 대형 혁신자산의 경우, 개발사가 직접 글로벌 판매를 해서 얻는 '매출액'보다, 적절한 시점에 글로벌 기업과 라이선스를 통해 확보하는 '실질 회수 가치'가 더 클 수 있다는 점이다. 

더구나 라이선스 수익은 대규모 상업화 비용을 동반하는 매출이 아니라, 상당 부분이 이익에 가까운 현금흐름이라는 점에서 그 의미가 더 크다. 따라서 블록버스터를 지향하는 정책이라면, 단순히 후기자산의 허가 가능성만 볼 것이 아니라, 어느 구간에서 가장 큰 가치상승과 회수 가능성이 생기는지를 함께 보아야 한다. 
 

우리 제도는 이미 심사체계를 갖고 있다. 문제는 '무엇을 보는가'이다

국민성장펀드는 정부가 직접 개별 기업에 투자하는 구조가 아니라, 산업은행 사무국과 민간자금, 전문가 심사 구조를 통해 운용되는 틀이다. 따라서 필요한 것은 '직접 투자 확대'가 아니라, 무엇을 더 잘 볼 것인가, 그리고 어떤 자산이 현재 평가체계에서 구조적으로 불리한가를 다시 점검하는 일이다.
 
KDDF나 중소벤처기업부의 과제 지원은 또 다른 축이다. 이들 제도는 전문심사체계가 없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상당히 잘 갖추어져 있다. KDDF는 실제로 first-in-class를 목표로 한 혁신신약 과제를 지원해 왔고, 비임상부터 임상 단계에 이르는 다양한 프로젝트를 운영해 왔다. 따라서 문제는 '전문 심사 체계가 없다'가 아니라, 블록버스터의 가능성을 갖은 first-in-class 자산에 대한 경험이 적고, 이에 맞는 평가 시스템이 별도로 구축돼 있지 않다는 점이다. 

기존 기전과 익숙한 벤치마크(benchmark)가 있는 자산은 평가가 쉽다. 그러나 미충족 수요는 크고 기존 치료제의 구조적 한계는 분명한데, 기전이 새롭고 초기 데이터의 의미 해석이 어려운 자산은 심사 과정에서 과소평가되기 쉽다. 바로 이 부분을 제도적으로 보완해야 한다.
 

또 하나의 현실 : 자본잠식 기업은 좋은 자산이 있어도 문 앞에서 걸러질 수 있다

실제로 중소벤처기업부의 2025년 중소기업 기술개발 지원사업 통합공고에는 '자본전액잠식인 경우'가 지원 제외 사유 중 하나로 적시돼 있다. 다른 사업 공고들에서도 자본잠식 여부를 판단기준에 포함하거나, 특정 회계기준과 예외요건을 별도로 규정하고 있다.

다시 말해 제도가 완전히 경직되어 있는 것은 아니지만, 재무적으로 어려운 바이오벤처에게 실질적인 진입장벽으로 작동할 가능성은 여전히 크다고 보아야 한다.
 
이 문제는 매우 중요하다. 왜냐하면 정말 혁신적인 first-in-class 자산을 가진 회사일수록, 긴 개발기간과 높은 소모성 자금 구조로 인해 재무제표가 나빠져 있는 경우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기술가치는 큰데 재무지표는 나쁜 회사, 바로 이런 회사가 바이오에는 흔하다. 그런데 제도가 재무지표 중심으로 문턱을 세우면, 블록버스터가 될 가능성이 있는 자산이 가장 절실한 순간에 제도권 지원 밖으로 밀려나는 일이 벌어진다. 정부가 진정으로 블록버스터를 원한다면, 이 모순을 외면해서는 안 된다.
 

무엇을 바꾸어야 하는가

이제 필요한 것은 추상적인 구호가 아니다. "혁신을 지원하자"는 말은 누구나 한다. 정말 필요한 것은 어떤 자산을 별도의 눈으로 보아야 하는가에 대한 정책적 합의다.

개인적으로 정부 조성 펀드와 정책지원 체계 안에, 바이오 분야에 한해 다음과 같은 성격의 '조기 회수형 블록버스터 발굴 트랙'을 보다 명확히 설정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이 제안은 국민성장펀드 사무국, 산업은행, 민간 VC, KDDF, 중기부 과제 심사기관이 공통적으로 참고할 수 있는 별도 평가 프레임을 정교하게 만들자는 취지이다.

핵심은 세 가지다.

첫째, 후기 임상 자산을 보는 잣대로 초기 first-in-class 자산을 평가하지 말아야 한다. 초기 혁신자산은 허가 가시성이 아니라 질환 해결력, 기전 차별성, 초기 PoC 설계력, 글로벌 파트너링 잠재력으로 보아야 한다.

둘째, 정부가 조성한 펀드를 운용하는 민간 투자자에게 위와 같은 조건을 갖춘 자산을 보유한 기업에 투자하는 비율이 일정 수준이 넘도록 조건을 부과해야 한다. 

셋째, 재무구조가 악화된 바이오벤처에 대한 일률적 배제는 완화될 필요가 있다. 기술성과 외부 검증자료가 충분한 경우, 자본잠식만으로 사실상 탈락시키는 구조는 블록버스터 후보기업 육성이라는 정책목표와 상충할 수 있다.
 

조기 회수형 모델이 왜 중요한가

바이오 산업에서 정책자금의 회수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선명하게 형성되는 구간은 바로 이 구간이다.

비임상 종료 → IND 진입 → 초기 임상 → 임상 2a PoC → 글로벌 라이선스 아웃

이 구간은 실패위험이 큰 대신, 가장 큰 가치상승이 일어날 수 있는 구간이기도 하다. 후기 임상으로 갈수록 성공 가능성은 올라갈 수 있지만, 개발사가 이미 스스로 부담해야 할 비용과 시간도 급격히 커진다. 

반면 초기 PoC에서 임상적 차별성이 확인되면, 글로벌 제약사가 관심을 보이고, 라이선스 아웃을 통한 조기 회수 가능성도 높다.
 

글로벌 라이선스는 국부유출이 아니라 전략적 회수수단이다

아직도 국내에서는 '한국 기업이 직접 글로벌 판매를 해야 국부가 남는다'는 식의 시각이 남아 있다. 그러나 블록버스터 후보가 되는 대형 만성질환 치료제는 이야기의 구조가 다르다.

이들 자산은 대규모 후기 임상, 다국가 허가 및 급여, 글로벌 학회 확산, 영업조직 구축에 막대한 자본과 시간이 필요하다. 한국 기업이 이를 끝까지 단독으로 감당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매우 어렵다. 오히려 적절한 시점에 글로벌 제약사와 제휴해 개발위험을 조기에 현금화하고, 확보한 자금을 다음 파이프라인에 재투자하는 것이 산업 전체 관점에서는 더 효율적일 수 있다.

따라서 기술이전은 국부유출이 아니라, 국내에서 형성된 고위험·고부가가치 기술을 세계 시장에서 가치화하고, 그 수익을 국내 혁신 생태계로 다시 되돌리는 회수 메커니즘으로 볼 필요가 있다. 블록버스터를 만들겠다면, 이 부분에 대한 정책적 인식 전환도 함께 필요하다.
 

맺음말

정부가 블록버스터 창출을 원한다면, 후기 임상에 가까운 '안전한 자산'만 상대적으로 선호하는 현재의 시각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야 한다. 

진짜 산업적 도약은 비임상 PoC 이후 IND와 초기 임상 구간에서 임상적 차별성을 입증할 수 있는 first-in-class 자산을 어떻게 발굴하고, 어떻게 이해하며, 어떻게 민간 투자와 연결할 것인가에 달려 있다.

이미 제도는 있다. 국민성장펀드도 있고, KDDF도 있고, 중기부 과제도 있다. 문제는 제도의 존재가 아니라 제도가 무엇을 더 잘 볼 수 있느냐이다.

정말 필요한 것은 새로운 구호가 아니다.
정말 필요한 것은,
낯설지만 큰 시장을 만들 수 있는 자산,
초기에는 설명이 어렵지만 임상에서 판을 바꿀 수 있는 자산,
지금은 재무적으로 어려워 보이지만 국가적으로는 놓쳐서는 안 되는 자산을
별도의 프레임으로 보고 키워낼 수 있는 조기 회수형 블록버스터 발굴 모델이다.

정부가 블록버스터를 원한다면, 이제는 '안전한 지원'을 넘어 '큰 시장을 여는 자산을 보는 눈'을 제도 안에 심어야 할 때다.

|기고| 최학배 한국산업약사회 회장

출처 : 메디파나뉴스(https://www.medipana.com)